≔≡≣≣≣≣≣ prologue ≣≣≣≣≣≡≕
환상과 실재, 그 중간 어딘가의 색상
역사와 신화, 그 중간 어딘가의 채도
전설과 일상, 그 중간 어딘가의 명도
이건 그 이야기이다.
Ⅰ. 제일 부자를 만난 최고 거지 이야기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거지가 살았어요.
이 거지는
한때는 풍족하게 살았으나,
어쩔 수 없는 가뭄과 흉년으로
온가족이 당장 먹을 것도 없이
내일을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되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제일로 가는 부자를 찾아가서
밥을 구걸하기로 했어요.
터벅터벅터벅.
높은 의자에 앉아 왕관을 쓴 그 부자는,
눈 앞에 있는 꼬질꼬질 거지들에게 물었어요.
"네놈들은 누구냐 뭐냐?"
거지들이 대답했어요.
“우리는 목축을 하는 목자입니다”
쥐뿔도 가진 것이 없지만,
힘찬 목소리와 당찬 표정이었어요.
세상의 인정이 없어도,
외로움과 두려움 한가운데에 서서도
크게 외치며 선포했어요.
2천년 뒤에,
돈 취업 결혼이
똑같은 질문을 물어왔어요.
“너 뭐냐? 가진것도 없고, 하찮네?“
똑같은 대답이 돌아갔어요.
"우리는 목자입니다"
"우리는 나그네입니다"
"하나님을 찾아 그 뜻을 찾아
헤메이며 나아가는 떠돌이입니다"
세상 어딘가에 정착해
그 땅의 죄악에 물드는 것이 아니라,
주님만 쫓으며 바라보며 걷는
나그네이자 목자입니다.
내 옆의 사람과
서로의 존재와 정체성을 물으며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대답이요,
자랑이며 자부심이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하나님이 주신 답변입니다.
그렇게, 옛날의 거지들과
오늘날의 거지들은
용감무쌍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 epilogue ≣≣≣≣≣≡≕
이 동화는
아쉽게도 이야기꾼의 라이브를
듣지 못한 이들을 위해 제작되었고,
다른 백성을 아주 사랑하는
한 대장장이의 권유로 각색되었고,
두려움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내딛는 이들을 축복하며 공유되었습니다.